매거진 [부산원도심활성화축제 택슐랭] 택슐랭 선정 업체 인터뷰❷ 꺼지지 않는 따뜻함, 원조일미기사식당
본문
Interview. <원조일미기사식당>
"새벽에도 식지 않는 국밥 한 그릇, 누군가에겐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
제11회 부산원도심활성화축제 '택슐랭' 선정 업체 인터뷰, 그 두 번째 순서입니다. 56년 전통의 〈초량갈비〉에 이어 이번에는 중구 부평동의 터줏대감 〈원조일미기사식당〉으로 향합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도 이곳의 국솥은 펄펄 끓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도 10년 전 가격표를 이 악물고 지켜내며 든든한 국밥을 내어주는 곳인데요. 돈이 아닌 진짜 마진을 남긴다고 말하는 사장님의 진한 사람 냄새를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Q. 이름부터 '원조일미기사식당'인데, 처음부터 기사님들을 주 고객으로 생각하고 시작하신 건가요?
A. 예, 간판 이름처럼 처음부터 기사님들이 최우선이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원래 사장님이셨던 매형이 실제 택시 기사님이시라 누구보다 기사님들 마음을 잘 아셨거든요. 안타깝게도 매형이 돌아가시고 누님 건강도 나빠지셔서, 제가 그 깊은 뜻을 이어 이 소중한 가게를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Q. 주차장이 따로 없는데도, 까다로운 기사님들이 이곳을 최고로 꼽으시는 비결은 뭘까요?
A. 주차하기 불편하실 텐데도 늘 찾아와 주시니 참 고마운 일이지요. 기사님들이 저희 식당을 좋아해 주시는 비결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첫째는 '착한 가격', 둘째는 24시간 내내 끓여 주문 즉시 내어드리는 '압도적인 속도'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점심시간 도로변 주차 단속을 유예해 주는 구청의 배려 덕분이기도 합니다. 잠깐 차를 대고 후딱 든든하게 한 그릇 비우고 가실 수 있는 이 빠른 순환이 40년 이어져 온 저희 식당만의 매력이거든요.

Q. 누군가 잠들었을 새벽 3시에도 이곳의 불은 켜져 있습니다. 그 불을 끄지 못하게 만드는 사장님만의 '마음의 약속'이 있으신가요?
A. 24시간 영업하느라 수면 부족으로 힘들 때도 많지만, 불을 밝혀두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기사님들이 언제든 찾으실 수 있는 공간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이지요. 둘째는 밤늦게 오시는 어르신들께 대접하는 이 따뜻한 밥 한 끼가 누군가에겐 하루를 살아갈 생명줄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소홀히 대할 수가 없거든요.

Q. 시락국밥 한 그릇에 4,500원, 고물가 시대에 가격표를 바꾸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A. 10년 전 가격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마진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저희를 찾아오시는 서민들과 어르신들이 돈 몇 천 원에 눈치 보지 않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게 저희 식당의 본질입니다. 가격을 올리면 그분들은 갈 곳이 없어지니까요. 제 몸이 고되고 저희 부부가 씀씀이를 다 줄일지언정, 이 가격만큼은 이 악물고 지키려 합니다.

Q. 그 가격을 지킴으로써 사장님이 얻으시는 더 큰 이득이 있다고요.
A. 그건 바로 '사람'과 '삶의 보람'입니다. 진심을 다해 대접하니 단골이 되어 주시고, "잘 먹었다" 인사해 주실 때 느끼는 자부심은 돈으로 바꿀 수 없거든요. 돈 많이 버는 것보다, 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배부른 행복을 드리는 게 제겐 훨씬 더 가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가격을 지키며 얻는 가장 큰 마진이지요.

Q. 24시간 운영, 착한 가격에 더해 쌀·연탄 기부 같은 나눔도 꾸준히 이어오고 계세요. 사장님 인생에서 '나눔'이라는 가치가 자리 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나요?
A. 가장 먼저는 어릴 적 어려운 분들에게 쌀을 퍼주시고 잠자리를 내어주시던 어머님의 모습이에요. 나이가 드니 그게 대가 없는 진짜 봉사였음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서른 살부터 37년째 이어온 봉사 단체 활동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뒷모습이 뼈대가 되고, 뜻을 함께해 주는 동료와 가족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눔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지요.

Q. 오랜 시간 가게를 운영해 오시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A. 정말 별별 손님들이 오고 가셨지요. 한번은 계산을 깜빡 잊고 가셨던 여행객분들이 나중에 너무 미안하다며 계좌로 밥값을 송금해 주셔서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돈이 없는데 오뎅 국물 좀 먹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묻거나 다음에 갚겠다는 짠한 분들도 많아요.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들이 태반이지만 절대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오죽 힘들면 저러실까' 싶어서, "부디 든든히 드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길" 하고 염원해 드릴 뿐이지요.

Q. 택슐랭 3년 연속, 동백스타까지 선정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아유,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처음엔 그저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자는 생각뿐이었는데, 3년 연속 선정되어 행사에까지 다녀오니 마음가짐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소상공인을 위해 이렇게 신경 써주신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면서, '참 소중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부산 대표 맛집이라는 책임감으로 늘 정성껏 밥을 지어 대접하겠습니다.

Q. 택슐랭 선정 이후, 가게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A.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찾아주시는 손님들의 색깔이에요. 40년 전 기사님들을 위한 24시간 식당으로 시작해, 동네 어르신과 독거노인분들의 서민 식당으로 자리 잡았었거든요. 택슐랭 선정 이후로는 타지역 여행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정말 많이 오십니다. 다들 저렴한 가격에 속이 편하다며 좋아해 주실 때마다, '더 열심히 해서 이 가격 그대로 유지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Q. 40년간 중구에서 지켜보신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원도심'만의 진짜 매력은 뭘까요?
A. 요즘 부산 하면 해운대나 광안리의 화려함을 떠올리지만, 중구 '원도심'의 매력은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한마디로 '진짜 사람 사는 냄새와 따뜻한 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지요. 해운대가 눈이 즐거운 곳이라면 원도심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속이 따뜻해지는 곳입니다. 골목마다 서민들의 오랜 삶의 흔적과 단골들의 깊은 역사가 배어 있거든요. 화려한 불빛은 질릴 수 있어도, 원도심이 가진 이 따뜻한 사람의 온기는 절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택슐랭 축제를 통해 원조일미기사식당을 찾아올 새로운 손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화려한 인테리어나 주차장은 없지만, 하나만큼은 자신 있게 약속드립니다. 저희 식당에 오시는 순간만큼은 누구든 주머니 걱정 없이 가장 편안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실 수 있다는 겁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정성까지 가볍지는 않으니 부담 없이 찾아와 주세요. 부산 원도심의 살아있는 정과 구수한 사람 냄새가 그리우실 때 언제든 들러주십시오. 펄펄 끓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사랑으로 가득 담아 기다리겠습니다. 얼른 오이소!
